4년 반 동안의 타향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이제야 비로소 지난 시간을 곱씹어가며 기록해야하겠다고 결심했다.

많이도 달라져있는 서울살이에 다시 적응하는데 한 달도 더 넘는 시간을 쏟아야했지만, 모양새가 어떻든간에 지난 시간에 관한 복기를 서둘러 시작해본다.


유학이나 취업, 이민을 이유로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쓰여지는 '생활기'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글과 사진, 영상으로 자신의 생활과 경험을 알리는 이도 많고, 그런 정보들은 뒤이어 올 누군가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기도, 은근한 자랑이 되기도 할테다.


그에 비한다면, 내가 이곳에 남기는 기록은 이미 돌처럼 움직이지 않는 과거의 일들이고 무슨 모양으로든 '성공적'인 타향생활에 대한 기억일 수 없으므로,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위한 사적인 일기에 불과할 것이다. 


지난 날을 돌아봐야할 이유는 많다. 그립기 때문에, 후회되기 때문에, 즐거웠기 때문에, 괴로웠기 때문에, 등등...

그렇지만 이런 뒤늦은 복기가 나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지, 저 중에 하나일지 아니면 다른 무엇일지, 아직 확실히 모르겠다. 


허나, 당장 가만히 두면 모두 사라져버릴 기억의 재료들을 일단 추스려 놓아야 무슨 의미든, 무의미든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13년 9월 23일부터 2018년 1월29일.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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